Monday, December 13, 2010

잃어버린 한조각



중학교때였던것 같다.

누구나 한번쯤 짝사랑한 선생님, 나의 경우에는 국어선생님이 있었는데
그선생님이 나에게 책을 한권 주었다.
Shel Silverstein의 "잃어버린 한조각 나를 찾으러 (The Missing Piece)" 라는 책이었다.

책은 참 읽기 쉽게 쓰여져있었다.
간단한 그림에 한페이지에 문장이 한줄 정도 밖에 없었으니까...

자세한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어렴풋이 떠오르는 기억에 의하면,
피자모양처럼 이빨빠진 동그라미가 자기한테 맞는 조각을 찾으러
여행을 떠나는 얘기다.
어떤 조각은 모양이 안맞아서 안되고,
어떤 조각은 모양은 맞는데 크기가 안맞아서 안되고...

뭐 대충 그런식으로 얘기를 하다가
결론은 (이런거 얘기해도 되는지 모르겠네.)
비록 모양이나 크기가 맞지 않은 조각이더라도 마음이 맞는 조각이라면
맞춰서 굴러다니다 보면 깎이고 깎여서 자기한테 맞는 조각이 된다는 내용이다.

그때는 어린나이여서 그랬던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용이 이해가 되지 않았던게 아니라,
작가가 무슨 얘기를 할려고 하는지, 의도가 무엇인지 몰랐었다.

그런데 문득 십수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중요한 결단을 했었어야 했던 이제서야 그 책이, 짝사랑했던 국어선생님이
내게 무엇을 가르쳐 주려고 했었던건지 알것같다.

살면서 나는 너무 많은 조건을 따졌었던것 같다.
공부는 항상 조용한 환경에서 해야되고,
술한번 살수 있는 돈이 있어야 친구들을 만날수 있고,
이빨빠진 동그라미가 그러했듯이 나 역시도 그런 "조건"이 필요했었다.

그런것들이 나를 조금씩 좀먹고 있다는 것도 모른채...

최근까지도 그런 "조건"을 만족시키는, 잃어버린 조각을 찾았다고 자신 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동그라미처럼 이빨빠진 부분에 그 조각을 끼워보니
모양도 비슷하고 크기도 비슷한것 같은데 딱 들어 맞지가 않았다.
힘으로 눌러도 보고, 접착제로 붙여도 보고 했는데 잘 붙지가 않았다.
뭐, 동그라미와 조각사이에 "무언가"가 끼어있었다고 해야하나...



그래서 나는 그 조각을 포기했다.
그 "무언가"를 떼내버릴 노력조차 하지 않은채 매정하게 포기했다.

시간이 흐르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잃어버린 한조각 나를 찾으러"라는
책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 "가르침"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그런 이유로 내가 살아왔던 길을 뒤돌아 봤다.
지금까지 모양이 맞지 않다고, 크기가 맞지않다고 버렸던 조각들을 끼워서
동그라미가 될때까지 굴렀다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하고.

지나간 일에 후회하는 바보가 되어서 뭐하겠냐마는,
그런 후회스런 일들을 발판 삼아 굴러봐야 겠다.
내가 원하는 동그라미가 될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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